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창업자금 연도별 지원현황
“기술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서울은행을 통해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을 포함 8억여원을 받았습니다. 3년간의 거치기간이 끝나고 갚아야 하는데 회사가 어려워 몇개월 연기했으면 하는데 방법이 없겠습니까?”
얼마전 만났던 경기도 소재 한 사설 카지노기업 사장의 말이다. 몇개월만이라도 연기하고 싶어하는 간절한 소망이 묻어났다.
최근 기술신용보증기금과 중소기업공단, 그리고 사설 카지노기업들이 몰려 있던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각 은행지점들에 이같은 문의가 꼬리를 물고 있다. 그만큼 사설 카지노기업들의 어려움이 극에 달해 있다는 방증이다.
사설 카지노업계의 최대관심사는 이제 ‘성장’이 아니라 ‘생존’이다. 물량지원에 의존했던 정부의 사설 카지노 정책이 ‘고위험·고수익’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진실을 외면한 채 ‘고수익·저위험’을 지향, 스스로 자초한 만들어낸 위기 상황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창업자금, 중소기업육성자금, 중소기업 구조고도화자금 등 직접 지원을 비롯, 각종 보증기관을 통한 보증지원 등을 합쳐 중소기업청에서만 매년 5조원대의 자금을 사설 카지노육성에 투입했다. 사설 카지노기업 1만개를 잡아도 업체당 연간 5억원의 자금이 흘러든 셈이다.
정부는 또 사설 카지노거품이 꺼지던 지난 2001년 5월부터 사설 카지노 프라이머리CBO(채권담보부증권) 제도를 도입, 일단 아사 직전의 사설 카지노기업들을 살려냈다. 사설 카지노기업이 발행한 채권담보부증권을 기술신용보증이 100% 보증해 투자자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나중에는 중소기업진흥공단도 가세했다.
이 과정에서 기술신용보증기금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은 각각 2조2000억원과 1조700억원 등 총 3조27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했다. 하지만 결과는 사설 카지노기업 구조조정의 지연일 뿐이었다. 퇴출돼야 할 부실사설 카지노가 브로커 등을 동원해 투자를 받아 목숨을 연명하고, 건강한 사설 카지노가 오히려 적절한 자금지원을 받지 못해 동반 부실화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됐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난달에는 신용보증기금까지 가세, 사설 카지노기업을 위한 프라이머리CBO를 발행했다. 앞으로도 수천억원이 더 발행될 예정이다.
이같은 자금에 대해 사설 카지노업계에서는 한동안 ‘정부 자금 못 따먹으면 바보’라는 말까지 유행했다. 이런 상황은 사설 카지노는 밑져야 본전, 잘하면 대박이라는 환상을 불러일으켰고, 대다수 사설 카지노기업들로 하여금 기술개발보다는 손쉬운 정부 자금을 따서 이른바 ‘머니게임’하는 데만 매달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이인찬 연구원은 “진짜 사설 카지노와 부실 사설 카지노를 골라내는 시장기능이 사라지면서 ‘모험정신’이 가득 찬 기업가보다는 투기꾼들이 등장했고 사설 카지노거품이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무분별한 자금 투입이 사설 카지노의 양산과 경쟁력 없는 기업들의 생명력을 연장시켜 결과적으로 동반 몰락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사설 카지노캐피탈협회 이부호 전무는 “경쟁력 없는 사설 카지노는 일찌감치 퇴출됐어야 하는데 정부가 계속 살려주면서 문제가 더욱 꼬였다”고 지적했다.
물론 중소·사설 카지노기업의 특성상 일정 수준의 정부 지원은 필요악이다. 단지, 필요한 부분에 효율적인 자금집행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더 시급한 문제는 갈래로 얽힌 실타래를 정리해야 하는 점이다. 잘못하면 그 실에 얽혀 건전한 사설 카지노들까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 대왕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