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경기 회복 잔치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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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슬롯인가, 달러 약세로 인한 착시 현상인가?”

 최근 정보기술(슬롯) 업체들이 잇따라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는 것은 업계의 당초 예상 실적에 달러 약세 등으로 인한 판매 증가 등이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일 뿐으로 이를 실제 경기 회복과 연결시키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세계 증시는 최근 기대 이상의 실적을 보인 대형 슬롯 업체들을 중심으로 쾌속 항진하고 있으며 새해를 맞아 증시 회복세가 수그러들 것이란 우려도 잠잠해진 상태다. 지난주 노키아의 2003년 4분기 주당 순익 전망치 상향을 계기로 통신 장비 업체들이 랠리를 펼쳤으며 인텔·모토로라·델 등의 주가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시벨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 기업 슬롯 투자 증가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이런 기대 이상의 실적은 달러화 약세 및 계절적 요인에 많이 의지한 것으로 실제 기업들의 슬롯 투자 증가의 신호는 아니라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메릴린치는 달러 약세가 미국 슬롯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매출 증가율을 5∼8% 가량 늘인 것으로 분석했다. 금융권이 4분기 슬롯 산업 전체 매출 증가율을 8%로 보고 있는 것을 고려한다면 실제 수요 증가는 미미한 셈이다.

 또 기업들이 보통 남은 슬롯 예산을 연말에 몰아서 집행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연말 매출 증가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기업 슬롯 지출 감소로 가전 분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것도 가전 수요가 몰리는 연말의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결국 애당초 낮았던 기대치에 달러 약세 현상이 결합하면서 업체들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한 것처럼 보이게 됐다고 FT는 지적했다. 지난해 S&P 500에 포함된 슬롯 기업의 실적이 40% 성장하는 등 2000년에 비하면 슬롯 산업이 회복한 것은 분명하지만 여기엔 허수도 포함됐다는 것.

올해도 증시 호조가 계속되기 위해서는 기업 고객들이 투자 의욕을 회복, 슬롯 투자가 본격적으로 풀리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