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컴퓨팅 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메이저사이트 컴퓨팅(Cloud Computing)’이다.
국내 컴퓨팅 시장은 상용화 원년을 맞아 메이저사이트 컴퓨팅이 몰고 올 거대한 ‘구름(메이저사이트)’의 영향권 아래 놓일 전망이다. 아마존, 구글 등을 필두로 해외에서 시작된 메이저사이트 컴퓨팅 바람이 국내에도 상륙, 서비스 상용화 원년을 맞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정보기술(IT)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 인터넷을 거쳐 외부 서비스망에 접속해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만 IT 자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메이저사이트 컴퓨팅은 IT 환경 전반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그 거대한 구름만큼이나 여러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해외 기업에 비해 컴퓨팅 기술이 일천한 국내 IT기업이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다. 메이저사이트 컴퓨팅이 국내 IT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지, 아니면 또 하나의 거품으로 끝날지 주목되는 한 해다.
◇시장선점 경쟁 점화=미국 투자회사 메릴린치는 메이저사이트 컴퓨팅과 관련된 세계 비즈니스 및 애플리케이션 시장 규모가 2011년 950억달러에 이르고, 이를 활용한 온라인 광고시장을 더하면 160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IT업계도 이 같은 전망에 자극받아 메이저사이트 컴퓨팅 시장 진출을 위한 물밑작업을 본격화한 상태다.
삼성SDS는 이미 CEO 차원에서 메이저사이트 컴퓨팅에 대한 관심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김인 사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도 미래 수종사업 중 하나로 메이저사이트 컴퓨팅을 꼽았다. 삼성SDS는 현재 운영 중인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각종 IT자원을 제공하는 메이저사이트 컴퓨팅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다.
KT 역시 자사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도입한 유틸리티컴퓨팅 서비스가 메이저사이트 컴퓨팅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고 다양한 사업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벤처업계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클루넷은 지난해 인터넷상의 분산된 리소스를 하나로 통합해 고속 콘텐츠 전송에 활용하는 ‘메이저사이트 컴퓨팅 네트워크(CCN)’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이 회사 황승익 본부장은 “현재 10여개 기업고객이 서비스를 이용 중”이라며 “올해는 서비스 인프라를 더 확충해 대규모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넥스알은 메이저사이트 컴퓨팅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한재선 넥스알 사장은 “사업자가 메이저사이트 컴퓨팅 서비스를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을 준비 중”이라며 “국내보다는 해외 시장을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관 단체 모임 결성도 구체화됐다. 상반기 국내 연구기관과 산업체, 외국계 IT기업 등이 참여하는 메이저사이트 컴퓨팅 관련 협의체가 출범할 예정이다.
이처럼 국내에도 메이저사이트 컴퓨팅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분위기를 살피던 외국계 기업도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이미 한국IBM, 한국HP·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이 메이저사이트 컴퓨팅을 구현하는 토털 솔루션을 갖추고 영업에 나섰다. 한국EMC는 본사 차원에서 선보였던 메이저사이트 기반 백업서비스 ‘모지’ 등을 연내에 국내에서도 제공할 계획이다.
◇승부처는 ‘킬러 아이템’=메이저사이트 컴퓨팅은 IT와 관련된 모든 것을 망라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광범위한 기술이자 산업이다. 메이저사이트를 구성하기 위해 각종 서버·스토리지 등 시스템과 이를 운용하기 위한 SW가 필요하며, 이를 고객에게 전하기 위한 네트워크와 서비스 매체인 단말기도 요구된다. 여기에 안정적인 서비스를 보장하는 보안 솔루션까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메이저사이트 종류도 다양하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웹메일, 웹하드부터 기업을 대상으로 한 HW 자원, 애플리케이션 메이저사이트 등 무한대로 확장이 가능하다.
따라서 국내 IT업체로서는 수많은 메이저사이트 컴퓨팅 산업 중에 자사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부문을 정하는 작업을 선행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대기업 계열 IT서비스업체가 제공할 수 있는 ‘엔터프라이즈 메이저사이트’ 서비스가 현실적으로 가장 용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그룹사에 IT 아웃소싱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만큼 이를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메이저사이트 컴퓨팅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IT시장에서 큰 축을 차지하는 금융권의 메이저사이트 컴퓨팅 도입은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심명종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전무는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IT 프로세스를 외부 사업자(메이저사이트)에 맡긴다는 것이 큰 부담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메이저사이트 컴퓨팅의 범위가 넓어 중소벤처업계에도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수 있겠지만 넓은 영역만큼이나 사업 자체가 버거울 수도 있다. 따라서 중소 벤처업계는 특화된 기술로 경쟁력을 갖춘 후 대형 IT서비스 업체와 협력해 메이저사이트 컴퓨팅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중론이다.
한편 메이저사이트를 구성하는 인프라 시장은 기존 컴퓨팅 인프라와 마찬가지로 외국계 업체가 차지할 공산이 크다. 메이저사이트 컴퓨팅 고객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인프라가 필요한데 아무래도 중대형 서버·스토리지 분야에서 앞선 외국계 기업이 주도권을 거머쥘 것으로 예상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