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장을 제패하는 대한민국 전자부품인 DVD플레이어용 광픽업. 레이저를 이용해 음성·영상·데이터 등의 정보를 DVD에서 기록·재생하는 장치다. 이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한국의 슬롯사이트 볼트(대표 손을재 www.im-electronics.com).
슬롯사이트 볼트은 지난 2006년 1월 삼성전기가 분사한 광모듈사업팀 소속 핵심인력 46명이 의기투합해 창업했다. 비록 대기업 출신들이 시작했지만 슬롯사이트 볼트의 초창기 매출은 크지 않았다. 2006년 매출이 연결기준으로 1225억원에 머물렀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2007년에 1638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는 코스닥 입성과 함께 무려 2750억원 매출의 회사로 거듭나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올해 매출목표는 3400억원이다. 3년 만에 3배 성장을 실현한다는 각오다. 올해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사업전략이 아닐 수 없다.
슬롯사이트 볼트의 현재 주력제품은 DVD용 광픽업이다. 여기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 전원공급장치를 삼성전기에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08년 DVD용 광픽업 세계시장점유율 30%를 달성했으며, 지난 3분기부터는 세계 1위로 우뚝 올라섰다. 일본 산요, 소니가 슬롯사이트 볼트의 대표적인 경쟁사다. 이 회사 광픽업제품은 지식경제부가 선정하는 2008년 세계일류상품에 선정돼, 올해부터 로고를 붙이고 전 세계에 수출된다.
이 회사가 DVD용 광픽업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다른 부품과 달리 광학, 기구, 회로설계와 제조기술이 조화를 이뤄야 비로소 고품질 제품을 생산할 수 있어 기술장벽이 높다. 중국·대만업체들이 시장진입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유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일본업체들과 슬롯사이트 볼트이 힘겨루기를 해왔다. 또 산요, 소니와의 싸움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부터 경쟁사들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강세도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DVD용 광픽업을 삼성·LG·필립스·TCL·중국 현지업체 등 30개 고객사에 공급하고 있다. 심지어 광픽업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바에도 제품을 일부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탄탄한 제품과 꾸준한 시장개척의 노력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다. 삼성, LG를 제외한 해외 고객사들은 슬롯사이트 볼트 혼자 힘으로 개척했다. DVD용 광픽업은 중국 퉁관과 상탄공장에서 생산된다.
슬롯사이트 볼트은 올 한 해도 DVD용 광픽업을 가지고 전 세계 시장을 누빌 예정이다. 공격적인 마케팅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무장, 타도 일본에 나선다는 각오다. 1등에 만족하는 기업이 되기보다는 2등이 넘볼 수 없는 기업이 되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화려한 성과에 힘입어 2007년 벤처기업대상에서 산업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했으며, 삼성전자 DM총괄 최우수협력회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슬롯사이트 볼트은 지금까지도 부지런히 달려왔지만 앞으로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차세대 제품 준비에 어느 때보다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DVD를 이을 블루레이용 광픽업을 위해 삼성전자와 광학헤드 공동개발·제조·판매 관련 사업계약을 맺었다. DVD 광픽업에 이은 또 하나의 신화창조에 나설 태세다. TSST와는 PC용 제품 공동개발 계약을 맺어 올해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창업 초기부터 정부출연연과의 협력에도 신경을 써, 미래 먹거리 발굴에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에는 전자부품연구원(KETI)과 바이오의료 산업 및 바이오센서 융합기술 개발 관련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산연 프로젝트를 통해 ‘질병진단용 BINT(BT·IT·NT) 센서’를 개발할 예정이다. 슬롯사이트 볼트과 KETI는 향후 3년간 인력·장비·연구시설·기술정보를 교류하고 공동연구로 첨단기술의 사업화를 꾀한다. 우선 나노구조체 기반 심근 경색 및 배뇨분석 센서 칩을 개발해 사업화한다는 전략이다.
또 광주광기술원과는 LED조명을 연구개발, 시장이 열리면 진입할 준비도 갖췄다. 슬롯사이트 볼트의 LED조명 솔루션은 다면발광 LED전구와 다운라이트 LED전구로 나뉜다. 다면발광 LED전구는 광색 및 색온도 조절이 가능, 카페나 전시회의 인테리어 조명으로 사용가능하다. 다운라이트 LED전구는 눈부심을 개선, 가정 및 사무실 조명을 대체할 수 있다.
설성인기자 siseo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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