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사설 카지노의 귀환

[클로즈업]사설 카지노의 귀환

◇사설 카지노의 귀환

 로렌스 커트너·셰릴 올스 지음, 박미경 옮김, 비즈앤비즈 펴냄.

 범죄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매춘부를 인질로 잡고 탱크로 경찰차를 깔아뭉개는 ‘그랜드테프트오토’ 사설 카지노에 푹 빠진 자녀를 보면 부모는 걱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오늘날 사설 카지노은 폭력, 섹스, 마약 등 만악의 근원으로 여겨진다. 컬럼바인고등학교나 버지니아공대의 총기 난사 사건 때도 범인이 폭력적인 사설 카지노을 즐겼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그러나 매사추세츠종합병원의 정신보건 및 미디어센터 설립자이자 자녀교육 전문가인 저자들은 이런 우려에 회의적이다. 사설 카지노을 하면 폭력성이 높아진다는 통설은 근거가 없다는 것. 공격성의 정의도 모호하고 인과관계를 논하기엔 그 영향도 미미하다는 주장이다.  사설 카지노에 대한 비난은 단지 대중소설·영화·TV 등 새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반복되던 레퍼토리의 재탕이다.

 이들의 조사 결과, 성인등급 사설 카지노을 자주 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폭력이나 말썽에 연루될 가능성이 더 컸다. 하지만 ‘이러한 사설 카지노을 플레이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다른 사람을 전혀 괴롭히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이들이 인터뷰한 어린이들은 ‘사설 카지노은 사설 카지노일 뿐’임을 명백히 인식하고 있었다. 반면에 뉴스의 전쟁과 폭력이야말로 실제 벌어지는 ‘진짜’ 폭력 아닌가. 쉽게 사설 카지노에 화살을 돌리기보단 어떤 어린이들이 미디어에 쉽게 영향받는지 분간하는게 우선이란 지적이다. 또 사설 카지노을 하는 이유 중엔 친구들과의 어울림, 도전, 경쟁, 관계 맺기 등도 포함된다. 아이들은 사설 카지노을 통해 어울리면서 사회적 관계를 배워간다. 어른들이 어렸을 때 친구들과 놀이나 운동을 하며 배운 것과 동일하다.

 저자들은 부모들에게 충고한다. 사설 카지노을 못 하게 하기보단 사설 카지노하는 시간을 어떻게 최대한 활용할지를 고민하라. 아이와 함께 사설 카지노을 즐기고 캐릭터들의 행동에 대해 대화하라. 폭력적 사설 카지노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것은 안 좋은 신호일 수 있으니 자녀를 더 유심히 지켜보라. 그러나 그런 몰입이 실제 부정적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책에서 논하는 사설 카지노은 주로 플레이스테이션이나 X박스 같은 비디오 사설 카지노이다. 우리나라에서 주로 하는 온라인사설 카지노에서의 상호작용은 훨씬 규모가 크며 직접적·현실적이다. 온라인사설 카지노을 즐기는 자녀의 부모라면 이 책의 충고를 바탕으로 더 세심히 자녀를 지켜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부분 부모들은 사설 카지노의 내용보단 ‘자녀가 공부 안 하고 사설 카지노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듯하지만 말이다. 1만5000원.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