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온라인 슬롯 도입을 권유하는 그룹 컨트롤타워와 이를 꺼리는 계열사 간 줄다리기가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이 곧 온라인 슬롯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 어느 것이 효율적인가를 놓고 때 아닌 논쟁도 불거졌다. 외산 온라인 슬롯 기업들은 ‘서비스 위주의 조합형’ 메시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전통적으로 온라인 슬롯 도입을 거부하던 업종에서 온라인 슬롯 도입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금융, 조선, 건설 등 업종이 대표적이다. 반면 온라인 슬롯를 도입하던 대기업이 자체 개발로 선회하는 역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대형 제조기업과 유통 등 업종이 그 예다.
같은 업종이라도 기업 특성에 따라 온라인 슬롯 도입과 자체 개발로 입장차를 보이기도 한다. 올 하반기 대규모 자체 개발을 추진하는 신세계 이마트와 온라인 슬롯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스템을 운영하는 홈플러스 테스코가 대표적 사례다.
온라인 슬롯 도입은 약일까, 독일까.
◇온라인 슬롯 도입vs자체 개발=핵심 시스템일지라도 주로 자체 개발을 택해 온 산업은 조선·건설 등 수주형 산업이었다. 물류·유통 등 산업에서도 변화가 빠른 업황에 맞는 유연한 개발을 선호, 핵심 시스템에 대한 자체 개발을 택해 왔다.
이러한 추세에 변화를 준 것은 국내 조선, 건설, 유통, 물류 산업의 글로벌 진출 확대다. 롯데그룹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백화점·마트·홈쇼핑 등 유통 계열사의 글로벌 진출과 함께 재무 부문을 위주로 글로벌 전사자원관리(ERP) 온라인 슬롯 도입을 확대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국제회계기준(IFRS) 등에 대응해 국제 기준에 맞춰서 매출, 매입, 경비 등에 대한 투명성 제고하는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조선·건설·물류 부문도 그렇다. 해외 선주 및 화주, 건물주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외산 온라인 슬롯는 적지 않은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확대 됐다.
같은 업종에서도 기업 IT 전략에 따라 각자의 길을 걷기도 했다. 최근 물류산업에서는 1, 2위 업체인 대한통운과 CJ GLS 차세대 프로젝트가 관심사였다. 비교적 온라인 슬롯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대한통운과 달리 CJ GLS는 재무 이외 영역에 대한 자체 개발 계획을 내비치기도 했다.
유통 업종에서는 신세계 이마트와 GS샵 등 오프라인 할인점과 TV 홈쇼핑 업계 1위 기업이 잇따라 자체 개발에 착수하거나 완료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신세계 관계자는 “온라인 슬롯 도입도 검토해 봤지만 시황 변화에 유연성 있게 맞춰가기 어려운데다 이를 위해 대규모 커스터마이징이 동반될 경우 오히려 더 안 좋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세계 이마트가 ERP를 포함한 재무 및 운영 기간계 시스템 자체 개발을 결정한 한편 2, 3위인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는 각각 온라인 슬롯를 기반으로 운영을 하고 있다. GS샵은 오라클 시벨 온라인 슬롯를 걷어내고 지난 7월 주문관리시스템 자체 개발을 마쳤다.
제약업계 1위인 동아제약은 자체 개발 시스템을 운영하는 한편 2위인 녹십자는 SAP ERP 온라인 슬롯를 사용하고 있다.
◇뜨거운 감자 ‘금융권’의 선택은=최근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 삼성 금융계열사에 SAP 기반 온라인 슬롯 솔루션이 적용이 시도되는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는 삼성그룹 전략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면 실행 어려운 얘기인 만큼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외국계 보험사들이 코어 인슈어런스 온라인 슬롯를 적용하는 상황에서도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 등은 자체 개발 비중이 높았고 온라인 슬롯를 쓴다 해도 커스트마이징 비율이 70~80%에 이르러 왔다.
증권업계도 대부분 자체 개발로 시스템을 꾸린다. 삼성그룹 SAP 온라인 슬롯 솔루션 적용 검토에서도 삼성증권은 기간계 시스템이 아닌 소액결제시스템에만 SAP 코어뱅킹 솔루션을 일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과거 기업은행(2004년), 우리은행(2004년), 외환은행(2005년) 등은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코어뱅킹솔루션이라는 온라인 슬롯 솔루션을 도입해 계정계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2007년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한 신한은행부터는 코어뱅킹 솔루션이 아닌 온라인 슬롯 프레임워크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후 하나은행, 국민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등은 모두 프레임워크를 적용했다. 코어뱅킹 솔루션은 은행 핵심 업무를 처리하는 기능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고 프레임워크는 뼈대만 있는 것이어서 사실상 프레임워크에 각 기능을 모듈 형태로 자체 온라인 슬롯해 구축해야 한다.
은행이 온라인 슬롯 프레임워크를 도입하게 된 이유는 은행 비즈니스가 갈수록 융·복합(보험, 증권, 파생상품 등) 현상이 심화되고, 상품도 다양화되기 때문이다. 시스템을 바꿀 때면 대규모 인력 투자를 통해 전면 온라인 슬롯을 추진하는 국내 금융IT 특성도 반영하고 있다.
비즈니스 특성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된 온라인 슬롯를 적용해 지원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금융권 입장이다. 한국 금융 특수성 때문에 외산 온라인 슬롯 적용이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코어뱅킹 솔루션은 티맥스소프트 제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산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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