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꽁 머니의 업무 이관을 보면 5년 전 폐지된 정보통신부와 축소된 과학기술부의 완벽한 부활로 이해된다. 두 부처가 기존에 해왔던 업무 외에도 더 많은 기능을 흡수해 규모는 더 커졌다.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축으로 한 창조경제 구현이라는 박근혜 당선인의 강력한 의지가 그대로 담긴 셈이다.
22일 발표한 업무 조정에서 관가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은 우정사업본부의 슬롯 꽁 머니 이관이다. 우본은 옛 정통부 산하에 있었지만 업무 조정에선 슬롯 꽁 머니가 아닌 부처로 나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슬롯 꽁 머니로 이관했다. 진영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은 “우정사업본부를 우정과 통신의 연계성 강화라는 측면에서 슬롯 꽁 머니로 이관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지식경제부 산하 최대 공무원 조직 중 하나인 우정사업본부는 슬롯 꽁 머니 품에 안기게 됐다. 사실상 이명박 정부 이전의 정보통신부 조직 전체와 플러스 알파(α)가 슬롯 꽁 머니로 뭉쳤다는 평가다.
또 슬롯 꽁 머니는 기초·산업기술연구회와 소속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모두 흡수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콘텐츠 관련 업무도 슬롯 꽁 머니로 모인다.
ICT 융합 기능을 대부분 이관한 것도 중요한 의미다. 유민봉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는 슬롯 꽁 머니 역할 확장과 관련, “방송통신 융합 정신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규제와 진흥만 구분하려 했다”며 “정보통신기술(ICT) 진흥은 슬롯 꽁 머니로 모두 모으고 기존 규제 관련은 방송통신위원회에 남겼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슬롯 꽁 머니는 이와 함께 행정안전부에 있던 국가정보화, 정보보안, 정보문화 업무도 모두 이관받게 된다. 또 약간의 변수가 될 수 있었던 문화체육관광부의 디지털콘텐츠 등 콘텐츠 업무도 인수받게 됐다.
지식경제부에선 ICT 연구 정책, 정보통신산업 진흥 업무 등도 모두 이관받는다. 이로써 슬롯 꽁 머니는 창조경제와 미래 성장동력, 일자리 창출 업무를 총괄적으로 주관하는 명실상부한 새 정부 최대 선도 부처로 역할하게 됐다.
논란의 핵심에 섰던 대학 관련 업무는 그대로 교육부에 남게 된다. 통상교섭 업무 전반은 이미 발표된 대로 산업통상자원부로 옮겨진다. 공무원 사회의 핵심 관심사항 중 하나인 새로운 부처 입지와 관련해선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강석훈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위원은 “부처별 위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며, 추후 추가로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유 간사는 부처 간 서열 문제는 “안전행정부와 협의하고,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를 포함한 금융 관련 정부조직 개편은 이번에도 논의대상이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 간사는 “향후 논의해서 금융부분도 조직개편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로드맵에 포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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