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에 목마른 중소·영세 영세콘텐츠기업에 오아시스 역할을 할 것으로 관심을 모았던 콘텐츠공제슬롯이 개점휴업 상태다. 벌써부터 업계에선 무용론까지 고개를 들었다. 저조한 기금 참여에 따른 열악한 재원 구조를 깨지 않는 이상 적극적인 사업전개가 힘겨울 전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콘텐츠공제슬롯이 작년 10월 출범 이후 5개월을 넘겼지만 자금 대여는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나마 이행 보증만 다섯 건에 그쳤다. 이마저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정부 재정지원 지원사업에 머물렀다.
이행 보증 금액도 건당 수천만원 정도에 그친다. 재원이 67억원에 불과해 자칫 사고가 발생하면 슬롯 운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이행보증수수료율도 기존 보증기업보다는 낮지만 다른 공제슬롯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그러면서 업계에선 콘텐츠공제슬롯 역할을 놓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관계자는 “공제슬롯이 설립되면 자금 대여 등에서 숨통이 트일 것을 기대했지만 대출은 고사하고 이행보증도 어렵다”며 슬롯 역할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 콘텐츠공제슬롯 실적은 출범 당시부터 벤치마킹 대상이던 소프트웨어(SW)공제슬롯과는 극히 대조된다. SW공제슬롯은 지난 2012년에만 자금대여 3784억원, 이행보증 21조255억원을 지원했다. 수수료율도 올 들어 낮춰 게임 등 기술 콘텐츠 기업은 굳이 콘텐츠공제슬롯을 선택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단순 비교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SW공제슬롯은 지난 1998년 설립돼 이제 16년차를 바라본다. 반면 콘텐츠공제슬롯은 출범한지 겨우 4개월이 흘렀고 조직이 움직인 지 두 달에 불과하다. 또 정부 지원 없이 출범해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초기부터 제대로 굴러가긴 무리란 지적이다. SW공제슬롯은 출범 당시 정부 출자 100억원을 포함해 300억원으로 시작했다. 콘텐츠공제슬롯이 정부 지원 없이 67억원 규모 출자금을 모집한 것과 비교된다.
이염 콘텐츠공제슬롯 전무는 “슬롯도 보증 범위를 넓히기 위해 조달청이 관리하는 국가계약법 조항 개정을 요구하고 있고, 아울러 재원 마련을 위해서 뛰고 있다”며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슬롯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콘텐츠공제슬롯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기존 슬롯과의 차별화와 함께 재원 마련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원 마련에 금융권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산업이 박근혜 대통령이 내건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분야이고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금융권이 전체 산업 발전을 위해서 일조한다면 재원 조성과 운영에 큰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콘텐츠 관련 펀드 등을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한국벤처투자가 운영하는 콘텐츠펀드가 콘텐츠기업 특성에 맞게 활용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콘텐츠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관이 운영하고 이 펀드 재원 일부를 공제슬롯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콘텐츠공제슬롯과 SW공제슬롯 출범 재원 비교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