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주년 특집]방송 콘텐츠 사업의 미래 '슬롯 머신'이 뜬다

‘양띵’ ‘대도서관’ ‘김이브’ ‘영국남자’.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직접 제작한 영상으로 수익을 벌어들이는 ‘다중채널 네트워크(슬롯 머신)’ 1인 창작자다.

슬롯 머신은 1인 제작자가 만든 콘텐츠를 유튜브 등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공개하고 광고 수익 등을 나누는 사업이다. 기업은 방송장비·스튜디오 제공은 물론이고 콘텐츠 유통, 광고 유치, 저작권 관리, 외부 협업 등 모든 활동은 지원한다. 1인 제작자 콘텐츠 수요가 증가하면서 슬롯 머신은 핵심 콘텐츠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1인 창작자 제작을 지원하고 수익을 나누는 ‘다중채널 네트워크(슬롯 머신)’가 핵심 방송 콘텐츠 사업으로 안착했다. CJ E&M 슬롯 머신 브랜드 ‘다이아TV’가 ‘뮤토리’ 통기타 강좌를 제작하고 있다.
1인 창작자 제작을 지원하고 수익을 나누는 ‘다중채널 네트워크(슬롯 머신)’가 핵심 방송 콘텐츠 사업으로 안착했다. CJ E&M 슬롯 머신 브랜드 ‘다이아TV’가 ‘뮤토리’ 통기타 강좌를 제작하고 있다.

슬롯 머신은 모바일 영상 콘텐츠 수요 증가에 따라 기존 대형 제작사·배급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전통적 미디어 시장을 흔들고 있다. 슬롯 머신 콘텐츠 재생 시간은 통상 5~10분 정도에 불과해 이동 중이거나 휴식 중에도 부담 없이 시청할 수 있다. 분량이 짧기 때문에 일반 제작사보다 빠르게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많은 편 수를 단시간에 배포할 수 있다.

글로벌 제작사는 차세대 미디어 산업으로 떠오른 슬롯 머신에 적극 투자하며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서는 추세다. 디즈니는 지난해 메이커스튜디오를 무려 1조원에 사들였다. 1인 제작자로 출발한 메이커스튜디오는 개인 제작자를 모집해 200개 채널과 4억명에 달하는 고정 시청자를 확보했다. 드림웍스는 슬롯 머신 사업자 어썸니스TV를 3300만달러(약 338억원)에 인수했다. 유튜브는 어썸니스TV와 장편 영화 제작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CJ E&M을 필두로 다양한 방송 사업자가 속속 슬롯 머신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CJ E&M은 지난 5월 선보인 슬롯 머신 서비스 플랫폼 ‘다이아 TV’를 발판삼아 슬롯 머신을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로 육성할 계획이다. 일부 사이트로 한정된 슬롯 머신 플랫폼을 중국 ‘유쿠’, 프랑스 ‘데일리모션’ 등 해외 주요 동영상 사이트로 확대한다. 현재 400팀 수준인 슬롯 머신 사업 규모를 오는 2017년 2000팀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인기 1인 제작사가 모여 설립한 슬롯 머신 전문 업체 트레저헌터는 하반기 홍콩·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100억원을 웃도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전통적 방송 시장의 강자 지상파 방송사도 슬롯 머신 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문화방송(MBC)은 최근 음악, 패션 등 7개 분야에서 슬롯 머신 협력사를 선정했다. 연내 10개 협력사를 모집해 기업형 슬롯 머신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방송공사(KBS)는 슬롯 머신 지원 사업 ‘예띠 스튜디오’로 연내 50개 슬롯 머신 채널을 발굴할 방침이다. QBS는 다음달 슬롯 머신 제작 방식을 도입한 정규 뉴스를 편성한다.

이희대 QBS 국장은 “모바일 시청 환경이 형성되면서 기존 방송 콘텐츠의 형식적·내용적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며 “슬롯 머신 뉴스를 비롯한 차별화한 콘텐츠를 지속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