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싸움은 말리고 슬롯 머신 게임 붙여야

[관망경]싸움은 말리고 슬롯 머신 게임 붙여야

옛말에 이르기를 싸움은 말리고 슬롯 머신 게임 붙이라고 했다. 좋은 일은 권하고 좋지 않은 일은 말려야 한다는 뜻이다. 슬롯 머신 게임 거래 당사자 간에도 가능하지만 경매사·중개사 등 제3자에 의해 성사되기도 한다. 당사자 간 흥정이든 제 3자에 의한 흥정이든 가격 등 기본 규칙이 전제된다.

연초 시작된 지상파 방송사와 케이블TV 간 ‘주문형비디오(VoD)’ 분쟁이 반복한다. 슬롯 머신 게임 없고 싸움만 있는 모양새다. 지상파 방송사 주장도, 케이블TV 사업자 주장도 모두 나름 타당성이 있다. 문제는 양 진영 간 합리적 대화가 안 된다는 것이다. 상호 불신, 증오, 불만이 앞선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양 진영 협상을 중재했지만 소기의 성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방통위라고 싸움을 말릴 묘수도 여의치 않다. 그럼에도 소모적 장외 설전 등 싸움을 말리고 슬롯 머신 게임을 붙여야 하는 건 방통위 몫이다. 실효성 없는 권고만으로는 슬롯 머신 게임을 성사시키기 역부족이다. 둘의 싸움에 해결책이 없다 해서 포기해선 안 된다. 양측 입장을 충분히 듣는 것이 우선이다. 합리적 얘기는 들어주되 막무가내식 주장은 다독이며 대화를 유도해야 한다.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가격을 조정하면서 말이다.

양 진영이 시청자와 가입자를 볼모로 이익을 관철하고자 VoD를 중단하겠다거나 광고 송출을 차단하겠다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싸움은 말리고 슬롯 머신 게임을 붙여야 한다. 지금 방통위에 꼭 필요한 말이 아닐까.

김원배 통신방송 전문기자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