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슬롯 꽁 머니과 복지부동

지난 22일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슬롯 꽁 머니)`이 규제 심사를 통과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슬롯 꽁 머니 시행령이 규정한 음식물(3만원), 선물(5만원), 경조사비(10만원) 가액 범위를 승인했다. 1인당 3만원이 넘는 식사와 5만원, 10만원이 넘는 선물과 경조사비는 부정 청탁의 대가라는 판단인 셈이다.

슬롯 꽁 머니은 9월 28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슬롯 꽁 머니 적용 대상에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을 포함할 것인가에 대한 헌법소원 결정이다. 헌법재판소는 빠르면 이번주 안에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슬롯 꽁 머니을 바라보는 일반 국민들의 시선은 매한가지다. 슬롯 꽁 머니이 빨리 시행돼 각종 비리와 부정을 뿌리뽑자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이 같은 국민 열망을 외면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최근 사회 분위기도 간단치 않다. 기업 접대비가 하루 평균 270억원에 달하고 어두운 밤 깊은 밀실에서 뿌려지는 돈만 연간 1조원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굳이 이런 통계를 대지 않더라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진경준 검사장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은 고위 공직자들이 특권 의식을 내려놓을 것을 강요한다. 슬롯 꽁 머니이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지만 규율과 법도, 즉 국가 기강이 바로 서는 청렴한 나라를 바라는 것이다.

관가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각종 관행과 사안별로 법 시행 이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심사숙고하고 있다. 큰 줄기는 대부분 `당분간(?) 아무 것도 하지 말자`는 것이다. 정권 말기 가뜩이나 눈치보기와 몸사리기가 횡행하는 데 복지부동까지 겹칠 공산이 큰 셈이다.

하지만 과연 지금 우리가 이러고 있어도 될 때인지는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수출 절벽과 조선·해운 구조조정으로 경제는 가뜩이나 어려운데 복지부동까지 만연하면 우리 앞길은 더욱 침침하기만 할 뿐이다. 시의적절한 정책과 올곧은 공직자는 슬롯 꽁 머니이 아니라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양종석 산업경제(세종) 전문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