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인치 슬롯 사이트 업계, 수요 대응 총력…연말까지 월 2만장 캐파 추가 확보

자동차·가전 반도체 공급난 해소
DB하이텍·키슬롯 사이트, 설비 추가
공정 프로세스 최적화 전략도 구사
슬롯 사이트량 확대에 '역대 실적' 기대

국내 8인치 파운드리 업체들이 슬롯 사이트(캐파) 확대에 적극 나섰다. 급증한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적용되는 8인치 웨이퍼 기반 반도체 공급 부족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인치 슬롯 사이트 업계, 수요 대응 총력…연말까지 월 2만장 캐파 추가 확보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8인치 파운드리 업체들의 슬롯 사이트은 연말까지 2만장(8인치 웨이퍼 월 슬롯 사이트)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DB하이텍은 올해 9000장 규모로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이미 목표치의 90%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8인치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선제적으로 시장에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DB하이텍은 내년에도 슬롯 사이트을 확대할 계획이다. 월 1만장 이상을 추가 생산, 최대 15만장 안팎의 슬롯 사이트을 확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캐파 확대는 예년보다 10% 이상 늘어난 것이다. 특히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이어 왔던 DB하이텍이 생산 확대를 지속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키파운드리는 연말까지 월 1만장 추가 슬롯 사이트을 확보한다. 현재 키파운드리 슬롯 사이트은 8만2000장 수준이다. 내년 초까지 9만2000장 수준의 슬롯 사이트을 갖출 계획이다. 연말까지 슬롯 사이트을 10% 이상 늘리는 셈이다. 이를 위해 반도체 장비 등 설비를 추가 구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파운드리는 지난해 9월 매그나칩에서 독립 출범한 이후 설비 투자에 본격 나서는 모양새다.

한 반도체 장비회사 대표는 “키파운드리향 반도체 장비 납품이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슬롯 사이트 능력 확대를 위한 설비 확충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DB하이텍 부천 팹. <사진=DB하이텍
DB하이텍 부천 팹. <사진=DB하이텍

이들 업체가 택한 전략은 신규 반도체 장비 구매 및 공정 프로세스 최적화다. 유휴 공간에 필요한 반도체 장비를 구매해 배치하고, 고객사 물량에 맞춰 공정 라인과 작업 순서를 변경하는 방식이다. 이는 조 단위 투자와 2년 안팎의 시간이 필요한 신규 라인 증설의 위험 부담을 줄이고,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팹리스마다 활용하는 장비와 슬롯 사이트 기간이 다르다”면서 “이 데이터를 분석해서 공정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면 월 슬롯 사이트량을 상당히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8인치 파운드리 업체의 슬롯 사이트 강화는 반도체 공급 병목 현상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다. 최근 전력관리반도체(PMIC)·디스플레이구동칩(DDI)·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8인치 웨이퍼로 생산하는 반도체 수요가 급증,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 파운드리 가격도 올 상반기에 10~20% 뛰면서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단기 수요라도 대응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반도체 업체 관계자는 “현재 8인치 파운드리 가동률은 100% 수준”이라면서 “110~120% 수준의 가동률을 확보하기 위한 슬롯 사이트 확대 없이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슬롯 사이트 확대는 파운드리 업체의 수익 개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파운드리 가격 인상과 생산량 확대가 맞물려 전례없는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DB하이텍의 3분기 영업이익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00억원대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며 “8인치 파운드리의 극심한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한 캐파 증가 효과가 3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키슬롯 사이트 청주 팹. <사진=키슬롯 사이트
키슬롯 사이트 청주 팹. <사진=키슬롯 사이트

다만 반도체 공급 부족을 해소할 수준의 슬롯 사이트 확대는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파운드리 업체의 총 생산 능력은 월 60만장이 넘는다. 연말까지 확대되는 2만장 수준으로는 장기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부족한 상황이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