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롯데케미칼 등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지난해 정기 보수를 마쳤지만 좀처럼 슬롯 머신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미진한 석유화학제품 수요가 원인이지만 슬롯 머신 낮출 경우 고정비 부담이 느는 등 딜레마에 빠진 모양새다.
LG화학의 여수 NCC 공장 슬롯 머신은 80% 안팎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말 정기 보수를 마쳤지만 가동을 멈추기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른 석유화학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한유화는 LG화학보다 앞선 지난해 9월 정기 보수를 마쳤지만 공장 가동률이 이전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초 보수를 마친 롯데케미칼도 마찬가지로 70~80%대 슬롯 머신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석유화학사들이 슬롯 머신 회복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둔화다. 일반적으로 최근과 같이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뒷받침되면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 하지만 세계 경기 침체로 수요는 줄어든 반면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나프타 가격은 올라갔다. 원재료 가격 부담은 커진 데 반해 제품을 사는 곳이 줄면서 수익 하락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된 셈이다.
특히 이들 슬롯 머신는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역내 시장 수출 비중이 크다. 하지만 중국 시장이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얼어붙은 상황이어서 당분간 수요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한 석유화학사 관계자는 “현재는 큰 폭으로 뛴 원자재 가격에 비해 수요가 부진한 '이중고' 상황으로 나프타와 제품 간 스프레드도 이전과 비교해 많이 축소됐다”면서 “업황 바닥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공장 슬롯 머신 높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석유화학사들이 현재보다 공장 슬롯 머신 낮추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슬롯 머신 낮추면 그만큼 고정비 부담이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른 석유화학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올해 석유화학 업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그러나 자칫 재고만 쌓이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업황을 보면서 슬롯 머신 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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