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슬롯가 국내 가전유통 시장에서 처음으로 롯데하이마트를 꺾고 매출 선두 자리에 올랐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1조원 이상 차이가 나던 매출 격차를 3년 만에 뒤집었다. 전반적인 내수 가전시장 위축 속에 삼성이 스마트폰 판매에서 우위를 점한 것으로 관측된다.
전자신문이 입수한 2022년도 국내 가전 유통 4사의 매출 잠정치 데이터에 따르면 온라인 슬롯(디지털프라자)는 지난해 전년 대비 10% 줄어든 약 3조4000억원의 매출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1위를 줄곧 유지해 오던 롯데하이마트가 지난해 3조3000억원대(3조3368억원) 매출에 머무르며 온라인 슬롯가 근소한 차이로 매출 1위 자리를 꿰찼다. 온라인 슬롯가 국내 가전 유통시장 1위에 오른 것은 1996년 회사 창립 이래 처음이다.
온라인 슬롯는 코로나19 유행 이전만 해도 2조원 초·중반대 매출을 기록, 롯데하이마트와의 격차가 1조5000억원을 넘었다. 2018년과 2019년에는 하이프라자(LG베스트샵)에 밀려 3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온라인 슬롯는 2020년 코로나 특수 분위기를 타고 가전 수요가 폭발하면서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 선두 자리를 향한 발판을 마련했다. 실제 코로나 유행 이후 온라인 슬롯의 평균 매출 성장률(2020·2021년)은 17.1%에 이르며, 롯데하이마트와의 격차는 800억원대로 좁혔다. 불과 2년 사이에 선두와의 매출 차를 1조원 이상 줄인 것이다.
지난해 몰려온 가전 수요 '한파'도 온라인 슬롯 선두 등극에 영향을 미쳤다. 가전 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으면서 가전 유통업계 모두 부진에 빠졌다. 시장 1위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2012년 이후 10년 만에 3조5000억원대를 밑돌았다. 온라인 슬롯 역시 매출이 약 10% 하락했지만 상대적으로 롯데하이마트의 부진 폭이 커지면서 선두에 올랐다. 온라인 슬롯는 스마트폰 중심으로 IT기기 판매에서 강점을 보인 것으로 관측된다.
온라인 슬롯전자는 가전 제조에서 유통시장까지 리더십을 구축, 이로써 내수시장에서 경쟁우위를 강화할 발판을 마련했다. '비스포크'로 대변하는 온라인 슬롯 가전 DNA를 시장에 뿌리 내리고, 가전·스마트폰·IT기기를 아우르는 '갤럭시 생태계' 확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성장 속 선두 등극이 아닌 데다 올해도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은 부담이다. 지난해에는 롯데하이마트·온라인 슬롯뿐만 아니라 하이프라자·전자랜드 등 가전 유통 톱4 업체 모두 2008년 이후 14년 만에 매출 감소를 겪었다. 올해 가전 시장 역시 전반적 경기침체 속에서 정체 또는 소폭의 하락이 점쳐진다. 성장보다는 방어가 절실한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슬롯는 가전, TV, 스마트폰, 노트북 등이 유기적으로 상호보완하면서 지난해 가전 불황을 비교적 잘 견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