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마비로 쓰러진 환자가 생겼을 때 자동심장충격기(AED)를 빠르게 운송하는 슬롯 머신이 개발됐다. 위급 상황시 응급처치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안드레아스 클라에손 교수는 예테보리시 외곽에서 AED를 슬롯 머신으로 전달하는 연구를 실시했다. 심정지 환자의 골든타임은 약 4분으로 심폐소생술(CPR)과 함께 AED를 사용하면 생존율을 80%까지 높일 수 있다. 이 때문에 AED가 없는 환경에서는 이를 빠르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클라에손 교수 연구팀은 스웨덴 슬롯 머신 회사인 에버슬롯 머신과 협업, 5개 격납고에서 5개의 슬롯 머신을 운영했다. 슬롯 머신은 지역응급대응센터에 심폐소생술 환자에 대한 신고가 접수될 경우 즉시 출동한다. 5개 슬롯 머신이 커버하는 지역은 약 1억9430만제곱미터(㎡·5878만평)다.
비상 상황시 안전 감독관 통제하에 자율적으로 비행할 수 있는 슬롯 머신은 30미터(m) 고도에서 바구니에 실은 AED를 지상으로 내려보낼 수 있다. 심정지 환자 근처에 있는 사람이나 구급대원이 AED를 사용하게 된다.
연구팀이 운영한 슬롯 머신은 55건의 신고 때 AED를 운송했고, 이중 37번은 구급차보다 현장에 더 빨리 도착했다. 55건 신고 중 실제 심정지 환자가 발생한 경우는 18번이었는데, 6번은 신고자가 AED를 직접 활용했다.
이를 통해 1명의 환자는 호흡과 의식을 되찾아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클라에손 교수는 임상적 효과를 입증하기에 표본이 적다는 한계는 있지만, 슬롯 머신이 응급처치에 도움이 된다는 건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는 AED 슬롯 머신이 중소도시에서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심은 구급차 접근 시간이 빠른 데다 고층 건물이 많아 슬롯 머신 활용이 제한되는 단점이 있고, 교외는 인구 밀도가 낮아 슬롯 머신 투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클라에손 교수에 따르면 AED 슬롯 머신은 3만~4만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을 대응할 수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중소도시에서 활용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약품 전달이나 교통사고·화재 사고 현장 영상을 촬영할 때도 슬롯 머신이 폭넓게 쓰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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